2023년 5월 16일 대통령 윤석열은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불과 1년 3개월이 지난 2024년 8월 28일 ‘간호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무엇이 달라졌길래 ‘의료체계 붕괴법’이라며 거부권이 행사된 간호법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합의처리를 한 것일까?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부당한 것은 그 사유를 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 내용 및 조문이 무엇이었는지는 간호법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둔 2023년 4월 11일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간호법 중재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운운하며, 야당과 대한간호협회에 제시한 ‘간호법 중재안’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법 명칭을 ‘간호법’에서 ‘간호사처우 등에 관한 법’으로 변경할 것,
두 번째, 법 목적에서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지역사회’ 문구 삭제할 것,
세 번째,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업무 조문을 삭제하고, 의료법에 존치할 것,
네 번째,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은 특성화고 간호관련 학과 졸업 이상으로 할 것 등이었다.
이러한 정부․여당의 간호법 중재안 제시를 대한간호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하자, 2023년 5월 16일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한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불과 1년 4개월이 지난 2024년 8월 28일 여․야 합의로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이 거부한 간호법과 무엇이 달라졌길래,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는지를 살펴보면, 두 간호법 간의 체계와 내용에 있어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첫 번째, 법 명칭은 대통령이 거부한 ‘간호법’ 명칭 그대로이다.
두 번째, 법 목적에서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현장, 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이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으로 수정되었다. ‘지역사회’가 삭제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열거적․예시적 방식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세 번째,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업무 조문은 삭제하지 않고,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대한 법적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네 번째,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은 대통령이 거부한 간호법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번에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과 “법 명칭, 법 목적, 법 조문 중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업무,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의 조문 내용에 있어 차이가 없다. 즉,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유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며,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제 ‘보건의료패러다임 변화와 사회적 돌봄 실현’을 위한 간호법 개정을 시작하자!!!
이번에 여․야 합의로 통과된 간호법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간호법의 내용과 체계이다. 간호법 재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에게 ‘입법테러’라면 몸서리치던 국민의힘이 돌변하여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배경은 윤석열 정부가 저지른 의정갈등으로 초래된 “진료공백”을 메꾸기 위한 수단이었다. 특히 국민의힘과 정부는 진료지원업무를 의사업무로 규정하는 심각한 오류뿐 아니라 대학에서 간호조무과를 설치하여 간호조무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법취지를 학력 차별로 둔갑시켜 현행 의료체계마저 왜곡하였다. 다행히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에 겁먹은 정부와 여당이 백기를 들고, 더불어민주당의 간호법(당론)에 합의하여 간호사 업무범위로서의 진료지원업무를 명확하였고,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으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였다. 또한 ‘간호종합계획’수립 및 ‘간호정책심의원회’는 국민에게 양질의 수준 높은 간호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우수한 간호인력 양성, 적정배치, 장기근속 유도를 통한 숙련간호인력 확보 등의 시책을 수립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과 간호사가 수행할 진료지원업무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었다는 점은 대통령이 거부했던 간호법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매우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또한 간호법 재추진의 목적이 “정당하게 입법된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의 부당한 거부권 행사”를 바로잡기 위함에 한정되어, 간호법안의 진정한 입법 취지이자 목적인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처와 사회적 돌봄 실현’은 간호법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수진의원안)과 조국혁신당(김선민의원안)의 간호법이 간호․돌봄체계를 위한 인력체계를 담아내기는 했으나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간호법안(최연숙의원안)에는 미치지 못한다. 급성기 의료기관뿐 아니라 요양병원, 각종 사회복지시설과 재가에서 간호와 돌봄이 체계적으로 연계되어 제공될 수 있는 인력 및 서비스제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간호법은 의료기관의 굴레에 갇혀 있는 간호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각종 사회복지시설 및 재가 등으로 확장하여 돌봄서비스와 결합하는 것이며, 보건기관, 학교, 산업현장 등 간호사등이 활동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건강증진을 위한 질병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간호서비스를 재편하는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 간호법안 법안심사과정에서 보았듯이 의료기득권과 그를 비호하는 권력은 시대를 거스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원일 (건강돌봄시민행동 운영위원)
간호법을 위해 힘써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간호사의 처우 및 업무환경의 발전을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