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
민간보험 시장에 장기요양서비스를 넘겨주려는 윤석열 정부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크지 않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보험회사, 보험협회, 학계 등이 모여서 향후 보험산업의 확대를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보험개혁회의”라는 것이 있다. 올해 연말까지 매월 개최하며, 보험시장 확대를 위해 ‘10대 전략, 60개 이상의 과제’를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건강보험, 공적연금, 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의 개혁 과제도 산적한데, 뒷켠으로는 보험업계의 시장 확대를 위해 민간보험회사의 먹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국가가 팔 걷고 나선 모양새가 볼썽사납다. 특히 시장 확대의 한계에 부딪힌 보험업계를 위해 장기요양서비스를 새로운 먹거리로 던져주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지난 8일(2024.08.08.) 2차회의가 열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날 중심적으로 논의한 3가지 안건(보험개혁회의 운영 계획, 보험산업 신뢰도 제고 방안, 국민체감형 보험상품 개선 방안) 이외에도 서면으로 논의한 4건의 안건이 있었다.
<참고> 보험개혁회의 2차 회의 서면안건
이중 첫 번째 안건이 눈길을 끈다. 이 회의자료를 확인해보니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보험회사의 요양서비스 산업 진출 정체로 인해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서비스 제공 곤란”
“(개선방안) 장기요양서비스는 보험업과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부수업무로 영위를 허용”
우선, 보험업계가 요양서비스에 진출을 하지 못해 취약계층에게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아연하게 만든다. 요양서비스에 대한 제도와 정책상 문제를 이해하기 앞서 단정적으로 민간보험이 안해서 그렇다는 인식과 논리가 매우 놀랍다. 이렇게 단순하고도, 근거가 부족한 논리로 장기요양서비스를 보험업의 부수업무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다니 헛웃음만 나온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회의 자료에는 다음의 표현도 등장한다.
“재가노인복지시설은 토지․건물의 사용권을 통해서도 설치 가능하므로 시설 요양기관에 비해 보험회사의 건전성 저해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음”
이것을 보면, 지난 7월 23일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되어 발표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이 떠오른다.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하여 규제를 완화한다며, 그동안 실버타운과 같은 민간의 노인주거시설 공급에 있어서 시설을 설치할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기본 의무로 했던 것을 ‘임차를 통한 사용권’으로 완화하겠다며 이를 위해 <노인복지법시행규칙> 제16조를 개정하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 단체는 지난 7월 24일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이와 같은 규제완화는 보험회사와 보험업계를 위한 것임이 드러난 셈이다. 장기요양서비스의 질과 제공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정부의 책임은 내팽겨친채, 보험회사에게 주거돌봄을 비롯한 장기요양서비스를 새로운 시장으로 넘겨주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보험개혁회의 2차 회의의 서면안건에는 또 다른 놀라운 건도 포함되어 있다.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민간보험회사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보다 넓은 내용으로, 보다 간편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네 번째 서면안건에 담긴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국민의 개인정보를 민간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해 제공하는 방식의 의료민영화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렇듯 윤석열 정부는 일관성 있게 국민의 보건복지서비스를 시장화, 영리화하는데 진심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노인인구 증가에 대비하여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 이를 시장으로, 영리화의 대상으로 넘기려는 시도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더욱 키울 뿐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무지한 정부에 맞서기 위해 장기요양의 민영화 시도를 경계하고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참고자료)
금융위원회 보도자료(2024.08.08.) 보험개혁회의 2차 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