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돌봄 포기하고, 민간시장에 떠넘긴
오세훈 시장의 ‘돌봄정책’은 철회되어야 한다
어제(9일, 월) 서울시가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월 26일 서울시의회에서 사회서비스원 폐지조례안이 통과된지 4개월이 흐른뒤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3일 사회서비스원의 해산을 승인하여 지난 5년간 유지되어 온 공공돌봄서비스를 지워버렸다.
하지만,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사회적으로 돌봄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의식한 듯, 오세훈의 서울시는 지난 5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공돌봄강화위원회’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여 8월말까지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가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9월 9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한 내용은 매우 실망스럽다. 무엇보다도 ‘그간 사회서비스원이 직접 서비스 제공 위주로 운영’되어 왔다면서 ‘민간기관 지원․육성’이나 ‘서비스 연계․조정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공공의 역할을 ‘직접 서비스 제공’에서 ‘민간 지원․관리․육성”으로 전환“한다는 표현이 가장 눈에 띈다. 이는 사실상 서울시가 돌봄서비스 제공 책임을 포기한다는 선언과 같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의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대안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저 일부의 ‘수당’과 ‘서울형 돌봄기관인증’과 같은 인센티브를 하겠다는 계획만 언급될 뿐이다. 돌봄서비스의 민간 시장이 소규모 영세 사업장으로 난립하고 있다는 특징을 감안한다면, 이를 어떻게 변화시키려는지 방향성은 설명되지 않는다. 그저 영리성이 짙은 민간 돌봄시장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 만을 기다리는 듯한 단순한 인식에 기대는 듯하다.
덧붙이자면, 서울시는 지역내 돌봄상담창구로 ‘돌봄통합지원센터’를 모든 자치구에 설립되도록 하며, 이를 지원하는 ‘사회서비스지원센터’를 서울복지재단 내 설치․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보도자료의 표현대로 “민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공공성을 담보하고 제공기관별 (중략) 품질관리 및 자문교육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계획도 없다. 사실상 그간 사회서비스원이 담당했던 돌봄서비스 제공의 역할마저 모두 민간에게 돌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처럼 서울시가 커다란 오류를 발생시킨 이유는 한마디로 돌봄서비스에서 ‘공공’의 역할을 잘못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봄서비스의 특징, 현재 돌봄서비스 시장의 특성에 대한 충분하고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지 못해서다.
현재 우리나라 돌봄서비스 공급 체계는 단지 ‘양적인 부족’에서만 오는게 아니다. 오직 ‘사람’에게서 전달되는 ‘돌봄서비스’에서 돌봄종사자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근무 조건을 바탕으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가야 하는 질적인 문제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돌봄서비스의 유형으로 분화하는 한편, 통합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돌봄서비스 제공기관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돌봄기관을 재편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인식에 기반해 ‘공공’의 역할을 설계해야 했다.
그러나 오세훈의 서울시는 정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돌봄서비스 공급은 소규모 영세 사업장이 난립한 민간에 완전히 떠넘기고, 공공은 관리의 지위로만 서있겠다는 소극적이고도 무책임한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공공’의 역할에 대한 잘못된 설정과 이해가 사회서비스원의 폐지라는 참사와 함께 향후 더욱 시장화된 돌봄서비스를 불러들이는 계획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에 비추어 볼 때 ‘돌봄정책’의 비중과 중요성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포기하거나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주목을 끄는 서울시의 정책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오세훈의 서울시가 풀어낸 서울시 돌봄정책의 방향은 ‘낙제점’에 가깝다.
정말 이러려고 기존의 사회서비스원을 폐지시킨 것인지 어처구니 없다. 서울시가 평가와 반성, 혁신 방안의 수립과 실천이라는 평범한 과정을 거부하고, ‘사회서비스원 폐지’라는 극단적 처방을 추진한 이유가 고작 민간에게 책임을 더욱 떠넘기는 것이라니 그 의도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저 이전 정부에서 수립하여 추진된 일이고, 이전 서울시장의 향기가 짙게 풍기는 정책과 조직을 말살하려는 얕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일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오세훈 시장은 과거의 경험을 잊지 않는게 좋겠다. 이미 13년 전,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무상급식’을 거부하다가 시민의 뜻에 따라 낙마했던 그 기억을 잊지 말기를 충고하고 싶다. 그리고 낙제점인 과제물을 철회하고, 공공의 책임성이 담긴, 서울시민이 납득할만한 대안을 내놓기를 바랄 뿐이다.
2024년 9월 10일
건강돌봄시민행동